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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흔적/초보 개발자 일기

2007.07. 알렉산더와 비웃음

이란을 여행할 때 반드시 들러야 하는 도시 중 하나가 '쉬라즈'다.
페르세폴리스를 보지 않고 지나칠 수 없기 때문이다. '페르시아의 도시'라는 뜻의 페르세폴리스는 다리우스 황제의 아들 크세르크세스가 완공했다. 영화 <300>에 나온 크세르크세스 말이다. 나는 거대한 기둥들이 솟아 있는 그곳의 장대한 모습에 놀랐다. 옛날 알렉산더가 술에 취해 이곳을 불태우지 않았다면 그 모습은 더 웅장했으리라.
이런 까닥에 이란 사람들은 알렉산더가 젊은 나이에 죽임을 당하고, 패가망신한 것을 아주 고소해했을 것이다. "어린놈이 까불더니 아주 잘 죽었다!", "그러니까 어지간히 해야지. 모난 돌이 정 맞는 줄 알아야지! 내가 절대 안 된다고 했잖아." 그러나 나는 비웃음을 그 누구보다 많이 받은 사람이기 때문에 알렉산더를 좋아한다.
어떤 일을 새롭게 추진하는 사람은 비웃음을 각오해야 한다. 적들이 비웃는 것은 서글프지 않다. 으레 그런 것이니까. 하지만 꿈을 향해 가는 사람은 비교적 가까운 사람들이 보내는 은근한 비웃음까지 예상해야 한다. 동방원정을 시작했을 때 알렉산더는 단 10일 치의 식량만 가지고 떠났다. 사람들이 비웃었다. 부하들은 인도를 정복해야 비로소 세계를 정복할 수 있다는 알렉산더의 말을 듣지 않았다. 알렉산더는 생사고락을 같이 하는 부하들의 비웃음까지 감당해야 했던 것이다. '세계 정복 좋아하시네! 어지간히 합시다.' 결국 부하들은 알렉산더가 죽은 뒤 알렉산더의 가족조차 지켜 주지 않았다.
진정한 리더는 사람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을 것인가를 걱정해서는 안 된다. 진정한 리더는 사람들이 아니라 역사가 자신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알렉산더는 대제국을 일으켰지만 완전히 패가망신했다. 이룬 것이 위대했던 만큼 실패는 뼈아팠다. 알렉산더가 죽었을 때 알렉산더를 향한 비웃음은 절정에 달했다. 하지만 알렉산더가 완전히 실패했는가? 역사는 알렉산더를 선택했다.
비웃음을 당해 보지 않았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아직 자신만의 일을 추진하지 못했다. 비웃음을 당해 봤는가? 그렇다면 알렉산더의 이 말을 이해할 것이다.
'비웃음은 아무 것도 아니다. 비웃는 세상을 욕하지 마라. 그냥 웃어 주어라. 실패하는 사람은 비웃지만 성공하는 사람은 그냥 웃는다. 부정적인 웃음이라는 불화살을 막을 수 있는 강력하고 큰 방패는 긍정적인 웃음이다.'

김진호 님 | <세계사 시간여행> 저자